<재벌집 막내아들>에 등장하는 뉴데이터테크놀로지의 실제 기업은 새롬기술

<재벌집 막내아들>에 등장한 미친둣한 상승랠리를 이어나가다가 한순간에 떡락한 주식, 뉴데이터테크놀로지를 기억하시나요? 드라마 속 보여지던 그래프와 증감률을 들으면 세상에 이런 주식이 어디있나 싶으셨겠지만! 실제로 미국도 아닌 대한민국에 존재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뉴데이터테크놀로지가 모티브로 삼은 기업은 바로 1993년 설립된 정보통신 기업 '새롬기술(現 솔본)'입니다.

아직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 증시 역사상 최고 상승률의 주식

새롬기술은 대한민국의 역사에 한 획을 그은 기업인데요. 무려 "대한민국 증시 역사상 최고 상승률"이란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새롬기술은 1999년 8월 코스닥에 상장되었으며, 같은 해 10월까지만해도 1890원이던 주가가 2000넌 3월 초, 장중 30만원, 종가 기준 28만 2천원까지 치솟았았습니다. 이는 약 280배 뛴 수치이며, 약 5개월만에 약 149.20배라는 엄청난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죠.

 

새롬기술 주가차트 (1999.08-2001.12)

 

투자자들의 뜨거운 사랑을 받은 새롬기술이 얻은 타이틀은 이외에도 여럿입니다. 정말 화려한 이력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 코스닥 기업으로는 최초로 주가 10만 원(액면가 500원), 20만원 돌파
• 1999년 10월4일부터 52거래일동안 주가 50배 상승
• 기업공개한 지 6개월 만에 공모가 대비 130배 폭등

 

새롬기술, 코스닥을 캐리하다

당시 새롬기술의 상승은 대한민국 코스닥 지수를 견인하였습니다. 무려 2,925선을 찍었는데요. 금일자(2022.12.27) '코스피'가 2,325.41인점을 감안하면 엄청난 수치임을 체감하실 수 있을겁니다. 참고로, 작년 코스닥이 가파른 상향추이를 보인다는 보도를 쏟아 내었을 때가 1,000선을 넘어설 것으로 기대될 때였습니다.

 

 

시대가 낳은 영웅

새롬기술의 신기술이 발표되었을 때는 '뉴 밀레니엄'인 2000년을 앞두고 정보통신 분야에 대한 관심도 커지던 때였습니다. 1997넌 외환위기 극복 이후 김대중 전 대통령은 '장기비전 2025'를 기반으로 6대 기술 분야 - IT(정보통신 기술), BT(생명공학 기술), NT(나노기술), ST(우주항공 기술), ET(에너지 기술), CT(문화기술) -의 육성에 만전을 가하고 있었습니다.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에 힘입은 벤처기업 새롬기술은 개인 투자자뿐만 아니라 드라마 속 미라클 인베스트먼트와 같은 외국인 투자자들의 투자금을 쓸어 담았습니다. 당시 시가총액은 3조7000억원에 이르며 삼성전자를 뛰어넘기도 했죠.

 

2000년 3월 15일에는 새롬기술과 다음의 합병설이 퍼졌고, 다음날 네이버를 흡수 합병한다는 발표가 나왔습니다. 결국 백지화되었지만, 만약 당시 새롬기술이 정말 다음 또는 네이버와 합병되었다면 대한민국의 IT역사가 크게 달라졌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급상승한 새롬기술 주가의 영향으로 코스닥도 1999년 4월부터 치솟기 시작하였는데요. 하반기에 접어들면서는 2,700선까지 올랐습니다. 그리고 2000년 3월 10일, 2925.50으로 최고가를 찍었습니다. 코스닥 종목의 거래량이 하루에 많아야 1만주 수준에 불과할 무렵 새롬기술은 하루 거래량을 100만주를 가뿐히 넘기고 , 2001년 11월 19일에는 하루 3,019만주가 거래되며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제가 글을 쓰고 있는 지금(2022.12.27) 기준 코스닥이 700.88입니다. 

 

 

투자자들은 새롬기술에 왜 열광하였는가?

<재벌집 막내아들>에도 등장하지만, 뉴대이터테크놀로지, 아니 새롬기술의  투자포인트는 '다이얼패드'라는 무료 국제전화 서비스에 있었습니다. 요즘은 카카오톡이나 줌 등 채팅이나 화상회의 솔루션을 활용하면 국제 전화는 물론, 영상 통화도 무료로 가능한데요.

당시까지만 해도 국제전화 요금이 굉장히 비싸 요금폭탄을 맞는 일이 흥했습니다. 이런 시절에 무료로 국제전화를 걸 수 있다는 '다이얼패드'는 굉장히 투자매력도가 높은 상품일 수 밖에 없었겠죠? 삼성전자·삼성전기·삼성중공업 등도 880억원을 투자해 주당 11만원에 새롬기술 주식 80만주를 취득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코스닥 출범일(1996.07.01) 이래 추이

 

IT버블과 함께 터져없어진 새롬기술의 신화

새롬기술의 신화와 함께 코스닥의 기록도 현재까지 꺠지지 않고 있는 숫자인데요. 하지만 빨랐던 상승속도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추락했습니다. 실적에 비해 주가가 고평가되어 있다는 전문가들의 평가와 '작전세력'이 개입하고 있다는 소문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탓인데요.

 

결국 새롬기술은 'IT버블'의 붕괴와 함께 운명을 달리하였습니다. 사실 그전부터 새롬기술은 수년간 적자를 내고 있었는데요, 투자열풍에 가려져 있다가 IT버블이 터지자 사실이 수면에 오르기 시작했었습니다. 경영부실이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이후 수익화에도 계속 실패하고, 경영진간 분쟁 및 분식회계 수사 등 부정 이슈도 연이어 터지면서 급격히 몰락의 길로 접어들었습니다. 2001년 미국 법인이 회사 정리절차를 신청하자, 새롬기술 주가는 6300원으로 폭락했습니다

 

1년만에 주가가 고점대비 1/4 토막이 나버림에 따라, 초기에 투자하여 수익을 얻은 일부 투자자들을 보고 뒤늦게 따라간 투자자들은 참담한 손실을 감수해야했죠. 이와 함께 코스닥도 그해 말 520선까지 5분의 1 수준까지 급락했습니다. 당시 IT 버블에서 살아남은 기업은 NHN이 유일하다고 합니다. 

 

 

새롬기술, 투자회사 솔본로 다시 태어나다

한국 증시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새롬기술은 수차례의 M&A 끝에, 투자회사로 회사의 성격을 바꾸고 2004년에는 '솔본'으로 사명까지 바꾼 채로 우리의 곁에 남아있습니다. 

 

솔본의 주력사업은 주식소유를 통한 타법인 경영참여 및 경영자문을 제공하는 지주사업과 부동산임대업 등입니다. 인피니트헬스케어, 포커스신문사, 솔본인베스트먼트 등 투자, 미디어, 의료-IT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 자회사를 통해 기업가치 극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버블경제를 대하는 우리의 자세

순양백화점 대표였던 손화영이 뉴데이터테크놀로지 때문에 나락에 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사실 남일 같지 않은 분들도 많으셨을 것입니다. 닷컴 버블 이후 약 20년만에 발생한 버블 경제 '코로나 버블'의 피해를 입은 분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2020년 코로나 때문에 경제가 둔화될 위험에 처할 것이 우려된 전세계 정부들은 금리를 급격히 인하하고 직접적으로 지원금을 살포하였습니다. 원래도 P/E가 높게 측정되는 편인 나스닥 시장의 기술주들의 P/E가 100을 넘는 일이 허다해졌으며, 비트코인, 알트코인, NFT와 같은 가상자산에 대한 광적인 투자가 성행하였습니다.

 

이후 높아진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들이 급격한 금리 인상을 단행하자, 버블이 터지며 많은 기업들의 주가가 폭락하고, LUNA 대폭락과 같은 사태도 발발하였습니다. 이처럼 코로나 버블 당시 전세계 증시와 가장자산에 대한 광적인 투기/투매로 인한 손실과 피해는 현재진행중입니다. 

 

물론 IT버블은 우리나라 경제 역사에서 빠질 수 없는 이슈이기도 하지만, 작가가 고의적으로 삽입하여 우리에게 메시지를 던지려한 것은 아닐까하는 생각도 드네요:)